며칠간 블로그를 보면서 역시나 도망간 알바가 많구나 느껴진다. 오늘은 "도망간 알바"로 글을 써볼까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별별 상황을 다 보게 된다. 유별난 손님, 진상 손님도 많지만, 역시나 이상한 사장, 직원, 알바 경험도 많다.
그래서 나는 갓 20살이 된 친구들이 홀서빙이나 편의점 알바는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갓 성인이 되어 자신이 정한 진로와 전공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알바가 도망가더라도, '자기 살 길 찾아서 도망갔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도망간 알바생에 대한 원망, 불만, 배신감 아무것도 감정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에는 첫 알바를 하면서 오랜 시간같이했던 알바 동생이 겪었던 일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첫 알바를 시작하고 1년이 좀 넘었을 때, 저녁 타임이 엄청나게 바빠져 사장님께서 저녁 타임에 일 할 알바를 뽑았었다.
오전 알바였던 나는 저녁 타임 알바와 마주할 일이 없었는데, 한 명을 더 써도 모자랄 정도로 저녁 타임이 너무 바빠져서
내가 저녁 타임까지 추가로 뛰게 되었을 때 만나게 되었다.
그 동생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시작했고 내년에 군대 갈 걱정을 하고 있던 친구였다.
20살 이상 차이 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이대가 맞는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다.
그러던 중 오전 타임까지도 엄청나게 바빠져 그 친구가 오전 헬퍼로 오는 날도 잦아졌었다.
서로 거진 풀타임으로 뛰면서 동료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별일 없이 정말 무던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순간..
동생의 낯 빛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그 동생에게 무슨 일 있는지 조용히 물어봤다.
동생 '.. 아무 일 없어요..'
말하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나 "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나도 타인에 일에 관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 번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라 두 번 물어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동생의 표정을 봤을 때, 엄청난 걱정이 있어 보이는 게 직감적으로 그냥 느껴졌다.
걱정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실장님과 단둘이 있을 때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나 "실장님, OO이 요즘 무슨 일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실장님 '별로? 그런 거 못 느끼겠는데? 군대 간 친구들 보면서 심란하겠지..'
나 "그래요? 아닌데, 무슨 걱정 있는 것 같은데, 군대 일 때문이면 실장님 군대 다녀오셨으니까,
같이 담배 피우면서 얘기해 봐요.. 느낌이 이상해요.. 왜 이렇게 걱정되지.."
실장님 "괜찮아 보이는데 뭐."
내가 너무 예민했나? 별일 아닌데 걱정한 걸까?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사라지지 않는 걱정에 실장님께 계속 OO이 좀 잘 봐달라고, 너무 걱정된다고 부탁했었다.
OO이가 정말 동생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2주 정도 지났을 때 실장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셔서 이야기해 주셨다.
'네가 계속 걱정하는게 맞다. 너한테 전부 이야기할 수는 없어.
내가 최대한 지켜보고 있으니까 당분간 회식 있으면 너랑 OO 이는 내 옆에만 앉아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숨기는 걸 보면 그 이상은 내가 묻지 않아야 OO를 보호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겠다고 했고, 실장님은 회식이 끝나면 OO 이와 나를 택시 태워 보내시고 집에 가셨다.
그런 날이 계속되고 점점 다시 OO의 얼굴이 괜찮아지고 있어서 점점 걱정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 던 어느 날, 하루는 회식이 잡혀있는데, 실장님이 일찍 가셔야 해서 미리 가셨던 날이었다.
회식이 끝나고 직원들 각자 집 가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하나씩 가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운 나는 모든 직원들이 잘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집에 돌아갔다.
OO이도 집 방향이 같은 남자 직원분과 자연스럽게 가길래 뒷모습까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도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브레이크 타임.
동생 '누나,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나 '갑자기? 뭐가 미안하냐?'
동생 '미안해요..'
그러고 동생이 나가길래, 담배 피우러 나가는 줄 알았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난 후, 동생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장 OO이한테 연락해 봐 한 번 ~ 얘, 오늘 저녁 알바 하는 날인 거 까먹은 거 아니야?
사장 OO이 와... 얘가 이럴 줄은 진짜 몰랐네~ 이래서 어린애들 쓰면 안 돼.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사장의 이 말들로 인해 한순간에 OO 이가 아직 어려서 책임감 없이 그냥 도망가 버린 애가 되어버렸다.
나는 사장 말에 동조하지 않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분기 동안 얼굴빛이 좋지 않았으니..
그런데, 이 일 뒤에는 엄청난 일이 숨겨져 있었다.
사실 그 동생은 같은 남자직원에서 추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자가 남자를..믿어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사장도 알고 있다고 했다. 실장님이 OO이와 이야기를 하고 OO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상황을 알게 된 실장님도 그 가해 직원을 잘라야 한다며 사장에게 알렸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지켜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온갖 성스럽고 고결 한 척 행동 다 하면서 갓 20살 밖에 되지 않은 애한테 그런 일을 감당하라고 가스라이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서 일하게 만든 사장에게도 화가 났고, 모르는 줄 알았던 사장이 전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30대 후반 직원이 대학교 2학년 알바생이 좋다고 고백하고 집 앞까지 찾아갔다가
그 알바생도 안 나오고, 그 남자 직원도 쪽팔려서 안 나온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첫 알바에서 겪고 나니, 도망가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보면
뭔가 안 맞아서 갔겠지. 그냥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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